도달 불가능한 기수

By | Januar 11, 2018

기수 \(\alpha\)가 다음 세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때 '\(\alpha\)는 도달 불가능하다(inaccessible)'라고 말한다.

(a) \(\alpha > \aleph_{0}\),
(b) \(\lambda < \alpha\)인 임의의 기수 \(\lambda\)에 대하여 \(2^{\lambda} < \alpha \),
(c) \(\alpha\)보다 작은 기수들을 \(\alpha\)보다 적은 개수만큼 합집합하면 \(\alpha\)보다 작다.

'도달 불가능하다'라는 용어는 영어의 'inaccessible'을 일본어로 번역하고 그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마음 같아선 '\(\alpha\)는 닿을 수 없다'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만 할 수 없다. Zermelo는 'Grenzzahl'(그렌츠짜알)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독일어에서 'Grenz'는 '극한', '한계', '경계'라는 뜻이고 'Zahl'은 '수'라는 뜻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도달 불가능한 기수를 '경계기수'라고 부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위와 같은 조건을 만족시키는 기수를 '도달 불가능한' 기수라고 부르는 이유는, 위 조건을 만족시키는 기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ZFC에서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따름정리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개념을 사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집합론의 모델을 설명하는 데에 대단히 유용하기 때문이다(정리 1).

\(\aleph_{0}\)은 (b)와 (c)를 만족시키지만 (a)는 만족시키지 않는다. \(\aleph_{1}\)은 (a)와 (c)를 만족시키지만 \(2^{\aleph_{0}} \ge \aleph_{1}\)이므로 (b)는 만족시키지 않는다. [책에 따라서는 도달 불가능한 기수의 세 조건 중 (a)를 빼기도 한다. 이 경우 임의의 유한기수와 \(\aleph_0\)은 도달 불가능한 기수가 된다.] 그렇다면 도달 불가능한 기수가 존재할까? 이것을 논하기 위하여 베스열(beth sequence)의 개념을 사용하자. 베스열은 \((\beth_{\alpha})\)를 다음과 같이 귀납적으로 정의된 수열이다.

  • \(\beth_{0} := \aleph_{0} ,\)
  • \(\beth_{s(\alpha )} := 2^{\beth_{\alpha}} ,\)
  • \(\lambda\)가 극서수일 때 \(\beth_{\lambda} := \bigcup_{\alpha < \lambda} \beth_{\alpha} .\)

\(\beth\)는 히브리 문자 중 두 번째 글자인데, 베스(beth)라고 읽는다. 베스열을 이용하여 일반 연속체 가설을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임의의 서수 \(\alpha\)에 대하여 \(\aleph_{\alpha} = \beth_{\alpha}\)

\(\beth_{\omega}\)는 도달 불가능한 기수의 조건 중 (a)와 (b)를 만족시키지만 (c)는 만족시키지 않는다.

\(\alpha\)가 서수일 때, Zermelo 집합위계에서 \(\alpha\) 계층의 집합들의 모임을 \(V_{\alpha}\)로 나타내자. 다음 정리는 도달 불가능한 기수에 대하여 논하는 것이 ZFC 집합론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설명한다.

정리 1.  도달 불가능한 기수의 성질.

(a) \(\alpha\)가 극서수이면 \(V_{\alpha}\)는 치환 공리를 제외한 ZF의 모든 공리를 만족시킨다.

(b) \(\alpha\)가 도달 불가능한 기수이면 \(V_{\alpha}\)는 ZF의 모든 공리를 만족시킨다.

증명. (a) 주어진 집합으로부터 새로운 집합을 만들어내는 공리를 이용하여 \(V_{\alpha}\)에 속하는 집합들을 이용하여 만든 새로운 집합이 \(V_{\alpha}\)에 속함을 보이는 것으로 충분하다. 예컨대 멱집합을 생각해보자. \(x\)가 \(\beta\) 계층의 집합일 때 \(\mathcal{P} x\)는 \(s(\beta )\) 계층의 집합이다. 따라서 \(\beta < \alpha\)일 때 \(s(\beta ) < \alpha\)가 성립한다.

(b) \(\phi\)가 \(V_{\alpha}\)에서 '함수를 정의하는' 논리식이라고 하자. 즉 \(x,\) \(y_1 ,\) \(y_2 \in V_{\alpha}\)에 대하여 \(\phi (x,\,y_1 )\)과 \(\phi (x ,\, y_2 )\)가 성립할 때마다 \(y_1 = y_2 \)가 성립한다고 하자.

\(x\)가 \(V_{\alpha}\)의 임의의 집합이라고 하자. 그리고 \(\phi\)에 의하여 정의된 함수 \(F\)에 대하여 \[y = \left\{ F(u) \,\vert\, u \in x \right\}\] 라고 하자. 각 원소 \(u \in x\)는 \(\alpha\)보다 이른 계층에서 나타나며, 이것은 \(F(u)\)의 원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성립한다. 또한 \(x\)의 기수는 \(\alpha\)보다 이른 계층에서 나타난다. \(\alpha\)가 도달 불가능한 기수이므로 \(u\in x\)인 \(F(u)\)가 나타나는 모든 계층들의 합집합은 \(\alpha\)보다 작다. 그러므로 집합 \(y\)는 \(\alpha\) 계층 이전에 나타난다.

따름정리 2. '도달 불가능한 기수가 존재한다'라는 진술은 ZFC에서 증명 불가능하다.

증명. 도달 불가능한 기수 \(\alpha\)가 존재한다면 \(V_{\alpha}\)는 ZFC의 모델이 되므로 ZFC는 무결하다. 그러나 Gödel의 제 2 불완전성 정리에 의하여 ZFC의 무결성은 ZFC의 공리만으로는 증명 불가능하다.

도달 불가능한 기수는 \(\omega\)를 비가산인 경우로 일반화한 것이다. 즉 위 따름정리는 ZFC에서 무한 공리가 다른 공리들로부터 증명될 수 없음을 나타낸다. 사실 ZFC에서 무한 공리를 제외한 다른 아홉 개의 공리는 자연수계에서 구성될 수 있다. \(S\)가 \(0\) 이상인 정수들의 모임이라고 하자. 주어진 수 \(n \in S\)에 대하여, 이 수를 이진법으로 나타내면 이 수는 \(2\)의 거듭제곱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n = 2^{m_1} + 2^{m_2} + \cdots\] 여기서 \(m_1 ,\) \(m_2 ,\) \(\cdots\)는 모두 서로 다른 정수이다. 이제 \(x \in n\)일 필요충분조건을 적당한 \(i\)에 대하여 \(x = m_i\)인 것으로 정의한다. 이때 \(S\)와 \(\in\)은 ZFC에서 무한 공리를 제외한 다른 아홉 개의 공리를 만족시킨다.

\(\alpha\)가 도달 불가능한 기수일 때 집합 \(V_{\alpha}\)는 \(\mathbf{\in}\)-모델(\(\in\)-model)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집합론의 모델이 된다. 이 모델에서 원소 관계는 보통의 집합론 모델에서 사용하는 원소 관계 \(\in\)을 모델의 정의역으로 축소시킨 것이다.

공집합이 아닌 집합 \(V\)가 \(\in\)-모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살펴보자. 먼저 \(V\)는 추이적 집합(transitive set)이어야 한다. 즉 \(x\in V,\) \(y\in x\)일 때마다 \(y\in V\)가 성립해야 한다. 다음으로 \(V\)는 ZF 공리를 이용한 집합의 생성에 대하여 닫혀있어야 한다. 즉 다음이 성립해야 한다.

  • \(\omega \in V,\)
  • \(x\in V,\) \(y\in V\)일 때 \(\left\{ x,\,y \right\}\in V,\)
  • \(x\in V\)일 때 \(\mathcal{P} x \in V,\)
  • \(x\in V\)일 때 \(\bigcup x \in V,\)
  • \(x\in V\)이고 \(f\)가 일계논리식으로 정의된 함수일 때 \(f(x) \in V.\)

도달 불가능한 기수의 정의에서 조건 (c)는 완화될 수 있다. \(\alpha\)가 기수일 때 \(\kappa\)가 \(\alpha\)의 공종기수(cofinality)라는 것은 \(\kappa\)보다 작은 모든 서수들의 합집합이 \(\alpha\)가 되며, \(\kappa\)가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가장 작은 기수임을 뜻한다. 더욱 일반적으로 서수 \(\alpha\)의 부분집합이 \(\alpha\)의 공종적이다(cofinal)는 것은 그것의 합집합이 \(\alpha\)가 되는 것을 뜻한다. \(\alpha\)와 공종적인 집합들의 기수 중 가장 작은 것을 \(\mathrm{cf} (\alpha)\)로 나타낸다. 명백히 임의의 기수 \(\alpha\)에 대하여 \(\mathrm{cf} (\alpha ) \leq \alpha\)가 성립한다.

만약 \(\mathrm{cf}(\alpha ) = \alpha\)가 성립하면 \(\alpha\)를 정규기수(regular cardinal)라고 부르고, 그렇지 않은 경우 \(\alpha\)를 비정규기수(singular cardinal)라고 부른다. ['singular'라는 이름 때문에 비정규기수를 특이기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컨대 임의의 자연수 \(n\)에 대하여 \(\aleph_{n}\)은 정규기수이다. 하지만 \(\mathrm{cf}(\aleph_{\omega} ) = \omega\)이므로 \(\aleph_{\omega}\)는 비정규기수이다. 이것을 일반화하면 다음과 같다.

정리 3.  직후자서수의 정규성과 극서수의 비정규성.

(a) \(\alpha\)가 직후자서수이면 \(\aleph_{\alpha}\)는 정규기수이다.

(b) \(\lambda\)가 극서수이면 \(\mathrm{cf}(\aleph_{\lambda}) = \mathrm{cf}(\lambda )\)이다.

증명. (a) 만약 \(\alpha = s(\beta )\)이면 \(\aleph_{\alpha}\)보다 작은 임의의 기수는 \(\aleph_{\beta}\) 이하이다. 그런데 \(\aleph_{\beta}\) 이하인 기수들의 합집합은 \(\aleph_{\beta} \cdot \aleph_{\beta} = \aleph_{\beta}\) 이하이다. 즉 \(\mathrm{cf}(\aleph_{\alpha}) \nless \aleph_{\alpha}\)이므로 \(\aleph_{\alpha}\)는 정규기수이다.

(b) 합집합이 \(\lambda\)가 되는 서수들의 모임을 \(S\)라고 하자. 그러면 \[\bigcup_{\alpha \in S} \aleph_{\alpha} = \aleph_{\lambda}\] 이다.

임의의 극서수 \(\lambda\)에 대하여 \(\aleph_{\lambda}\)가 비정규기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즉 \[\aleph_{\lambda} = \lambda = \mathrm{cf}(\lambda )\] 가 성립할 수도 있다. 즉 기수와 서수를 각각 작은 것부터 나열할 때 처음에는 기수가 서수보다 빠르게 커지지만 정규극기수(regular limit cardinal)에 다다르는 점에서는 서수가 기수를 따라잡는다.

기수와 서수의 숲은 참 놀랍고 아름답다.
What a Wonderland through the Looking-G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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